2020년 9월이 진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9월과의 이별을 슬퍼하듯이 아침부터 찬 가을비가 주룩주룩 내리기 시작하더니 하루 종일 내렸다 그쳤다를 되풀이했다. 이제 곧 영하 40도를 육박하는 겨울이 오겠지!


몽골인문대학교 캠퍼스로 출근해 강의 코드 KN399인 "한국어 작문(=Бичих ур чадвар=Academic writing)" 강의 진행을 위해 본관 4동 701호 강의실로 들어갔다. 한국학과 3학년 재학생들인데 볼 때마다 "너희들, 참 좋은 나이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평소처럼 다소 지루한 글쓰기 원칙이랄까, 이론 등을 설명해 나가는 게 왠지 단조로운 듯해서, 비도 오는 김에, 오늘은 가을을 주제로 한 한국어 글쓰기를 유도해 볼 목적으로 "가을=식욕의 계절, 독서의 계절, 고독의 계절!" 등으로, 한국인들의 정서를 전달해 주는 쪽으로 슬쩍 방향을 틀었다. 글쓰기를 할 때, "제목을 정하고 글을 쓰느냐!" 아니면 "글을 써 놓고 제목을 붙이느냐!"는 자기들 마음이긴 하지만, 일단 영감(靈感=Inspiration)이 떠올라야 글을 쓸 게 아닌가? 더군다나, 자기들로서는 외국어인 한국어 글쓰기임에야! 부디, 애제자들이 성공적인 글쓰기 방식을 체득하기를 기원해 본다.

내일 10월 1일이 팔월 한가위 당일인데, 유목 국가인 몽골 현지에서는 농경 사회가 근본인 우리나라 같은 추석 명절이 아예 없다. 게다가,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서 몽골한인회(회장 국중열)가 몽골 한인 동포들을 위해 늘 해 오던 추석 당일 기념 행사를 취소하고 그 대신 10월 3일 토요일에 몽골 한인 동포 체육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동포들에게 유쾌한 시간이 되길 빌어 본다.


9월이 오는 소리가 들린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9월이 진다. 고깃국에 밥 말아 먹으며 그저 즐거웠던 그 옛날의 풍성했던 팔월 한가위가 그리워진다. 자정 시각 가까운 몽골의 이 한밤! 옛날이 그저 그립다. 이것이 향수(鄕愁)라는 것이냐? 가을비는 그치고 밤은 이미 깊었다. 오는 10월에는 몽골 현지의 이 백면서생에게 또 어떤 삶의 궤적이 그려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