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일 화요일부터 개시된 몽골 대학 캠퍼스의 2020-2021학년도 제1학기 강의의 첫째 주가 숨 가쁘게 지나가고 이제 두 번째 주의 첫날 월요일이다. 말이 개강이지 코로나19 여파로 몽골인문대학교는아예 강의를 VOD로 만들어 업로드하는 온라인 강의로 학사 일정이 진행되기 때문에 몽골 애제자들의 한국어 실력 진척 실태에 대해 나로서는 도대체 감을 잡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이번에 맡은 몽골인문대 한국어 초급 강의(외국어로서의 한국어 I)를 수강하는 국제관계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한 여자 애제자가 공책에 직접 쓴 다음에 사진으로 찍어 과제물로 제출해 온 jpg 파일로 된 한글 자모 받아쓰기를 보면서 빙그레 옅웃음을 지었다. 샤가이후 앙흐타미르라는 여학생이었다.


이 여성 애제자는 11장이나 되는 한국어 과제물을 내게 보내면서, 몽골어와 영어로 설명(한국어는 이제서야 처음으로 한글 자모를 배웠으니 한국어 작문은 구사할 수 없는 수준임을 감안하자!)을 이렇게 덧붙였다. "Номны 6-12р хуудасны бүх дасгалыг дэвтэр дээрээ хийж, зургийг нь оруулав.=I did all exercises of Page number 6-12 on Workbook on my notebook. Then i took pictures that i have done and i submitted it." 꼼꼼하게 jpg 파일을 일일이 확인해 보니 정성이 알알이 박혀 있는 듯했다. 얼굴을 아직 한 번도 마주 대해 보지 못한 애제자이지만 이런 신통방통한 애제자가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 녀석, 참!"
한국학이 아닌 국제관계학 전공 재학생이니 영어 구사는 기본일 것이고, 향후 졸업한 이후에 혹시라도 외교 분야에 뜻을 두어 몽골 외교부에 들어가는 경우라면 이 학생은 확실한 지한파 외교관이 될 터! 가슴이 벅찼다. 애제자들 덕에 몽골 현지에 거주하는 보람을 내가 새삼스레 체감하는 순간이었다."아하! 내가 아직 살아 있긴 하구나!"
이 학생은 나에게 한국어 잘 하는 방법을 묻고 싶을 것이다. 굳이 우문현답 하나 남겨 둔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무조건 발음을 그대로 흉내 낼 것! 몽골 국민들에게는 한국인들이 혀를 내두를 만한 언어 습득에서의 우월적 DNA가 분명히 존재한다. 고국에서 열리는 외국인 가요제에서 1등을 몽골인들이 휩쓰는 상황이 이 사실을 증명한다. 눈 감고 들으면 한국인인지, 몽골인인지 헷갈린다.
아무쪼록, 몽골 애제자들이 부지런히 흉내 내기에 집중하길! 새로 맞은 몽골 대학 캠퍼스의 2020-2021학년도 제1학기가 진행 중인 지금 이 시각, 내 가슴엔 아름다운 서울의 젖줄 한강이 흐른다.








한편, 한국학과 3학년 재학생들은 한국어 작문(=글쓰기) 강의를 수강 중이다. 늘 아쉬웠던 게 한국어 회화는 그런대로 낱말을 주워 꿰긴 하나, 한국어 맞춤법과 외래어 표기법에 따른 한글 표기가 엉망이라는 상황이었다. 부디, 늘 잘 버텨내기를!




그런 가운데, 이번 학기에는 몽골 캠퍼스 강의 말고도, 몽골 UB1 세종학당으로 출강을 나가게 되었다. 올해 출강은 몽골 UB4 세종학당이 아니라 몽골 UB1 세종학당이다. 이 사연을 쓰자면 글이 쓸데없이 길어진다. 아주 길~~~~다. 그러니 이 사연에 대한 자세한 기술은 줄이기로 하자.


진동으로 되어 있는 본 기자의 휴대 전화 액정 화면에 낯 모르는 전화 번호가 떴다. "누구지?" 받고 보니 몽골 UB1 세종학당 학당장 데. 볼로르마 교수였다. 한몽 수교 초창기에 한국 유학을 떠나 박사 학위를 안고 몽골로 복귀했던 데. 볼로르마 교수와 나는 소속 대학이 달라서 업무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통화할 일이 없으니 당연히 나로서는 모르는 전화일 수밖에! "아이고 깜짝이야! 개강 무렵이니 거기도 바쁠 터인데....그런데, 내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지?" 9월 3일 목요일 오후의 일이다.




애초에 나는 행사 취재 요청 관련 면담인 줄 알았다. 볼로르마 교수의 활동 폭이 워낙 넓었기 때문이다. 대학 강의 말고도, 내가 아는 볼로르마 교수의 한국 관련 활동만 해도, 한반도통일지지몽골포럼, 서울시가 지원하는 몽골 울란바토르 서울 클럽(UB Seoul Club), 몽골인한국유학생협회(MAGIKO) 등 세 개나 되니 그럴 만도 했다. 좌우지간, 통화 다음날인 9월 4일 금요일 오후 3시에 몽골 UB1 세종학당에서 이뤄진 면담은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하루 만에 나의 몽골 UB1 세종학당 출강은 전광석화처럼 결정됐다. 몽골 UB1 세종학당은 몽골국제UB대 부속 기관이며, 볼로르마 교수는 작년까지 대학원 강의를 맡아 오다가 지난해 9월에 학당장 보직에 선임된 바 있다.


몽골에는 세종학당이 3개 존재한다. UB1 세종학당(학당장 데. 볼로르마)은 몽골 국제UB대 소속, UB2 세종학당(학당장 데. 사인빌레그트)은 몽골국립대 소속, UB3는 문을 닫았고, UB4 세종학당(학당장 권오석=權五碩)은 몽골 후레정보통신대 소속으로 존재한다. 본국의 세종학당재단이 세종학당 한국어교원 채용 조건을 한국 국적의 교원의 경우에는 한국어교원 자격증(KLT certificate) 보유자로 한정했기 때문에 몽골 현지의 세종학당에서도 한국어교원 초빙이 그리 쉽지 않은 상황임을 굳이 부연해 둔다.
주지하다시피, 오는 10월 9일로 우리 한민족 구성원들은 한글날 574돌을 맞는다, 기억하시는지. 6.25사변이 끝나고 먹고 살기 힘들던 그 시절에, "누가 한국어를 돈 내고 배우냐?" 하며, 우리 대한민국 사람들이 입 밖으로 내뱉곤 하던, 자조 섞인 넋두리를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때에는 거의 모든 한국 사람들이, 미국 유학이나 미국 취업을 위해, 돈을 내고, 영어를 배우던 시절이었고, 영어 좀 유창하게 구사할라 치면, "아니, 쟤(=저 아이)는 누구 집 아들(또는 딸내미)이랴?" 하고 감탄하던 시절이다. 하지만, 새천년 시대 개막을 전후로 한국어는 본격적으로 외국 현지 대학 재학생들이 등록금을 내고 배우는 외국어가 되었다. 참으로 격세지감이다. 오늘도 지구는 돌고 세월은 하염없이 흐르고 나는 몽골에 존재한다.
'국외 체류 글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몽골 체류 글] 몽골 한인 동포 30년사 편찬이 개시됐다 (0) | 2020.09.19 |
---|---|
[몽골 체류 글] 몽골 UB1 세종학당 출강 강의 개시 (0) | 2020.09.13 |
[몽골 현지 글] 2020-2021학년도 제1학기 대학 개강 초 읽기!....... (0) | 2020.08.29 |
[몽골 체류 글] 이-승-만 초대 대통령 서거 55돌(2020. 07. 19) (0) | 2020.07.19 |
[몽골 체류 글] 백선엽 장군이 향년 10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0) | 2020.07.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