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인문대학교 개강 2주째를 지나 다음 주엔 3주째에 접어든다. 몽골인문대학교 강의와 별도로 몽골 UB1 세종학당 출강 강의를 지난 주부터 개시했다. 나에게 출강을 제안했던 데. 볼로르마(D. Bolormaa) UB1 세종학당장이 내게 한국어 초급반 강의를 맡겼다. 쉽게 얘기해서 "ㄱ, ㄴ, ㄷ, ㄹ..."부터 시작하는 강의이다. 그러고 보니, 한국어 초급 강의를 담당한 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한국어 중급, 고급 강의, 한국 문학 번역 강의, 13세기 여몽 외교 문서 번역, 각 분야 전문 용어 번역 강의만 맡아 오는 통에, 아마 1990년대 초창기 이후 처음인 듯하다.


데. 볼로르마(D. Bolormaa) UB1 세종학당장이 직접 강의실에 들어와서 내 소개를 하더니, 수강생들이 마스크를 쓸 터이니 나는 벗으라고 권했다. 아직 코로나19의 사회적 감염이 전혀 없는 몽골이니 사실 벗어도 무방했다. 결국, 나는 기꺼이 마스크 착용을 풀고 1 미터 이상 수강생들과 떨어져 사회적 거리 두기(Social distancing)를 유지하면서 몽골어와 한국어를 섞어 큰 목소리로 설명을 이어나갔다.


하긴, 수강생들이 무슨 죄가 있나. 도대체 이 코로나19를 최초로 퍼뜨린 나라가 어느 나라냐? 미국은 중국이라고 하고, 중국은 미국이라고 한다. 그래! 관두자!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내 강의에 열중하기만 하면 된다. 첫 강의부터 나는 수강생들을 휘어잡았다. "한글 쓰기는 순서대로 쓸 것! 모음의 동그라미(=이응)가 왼쪽에 있는지 위쪽에 있는지 헷갈리지 말 것! 이렇게 쓰려고 했지?" 등등으로 90분 내내 수강생들을 아주 달달달달 볶았다. 하지만, 어찌 달달 볶기만 했겠는가! 여러 가지 주제를 바탕으로, 밀당(밀었다 당겼다)을 적절히 섞어서 90분을 끌고 나갔다. 바짝 얼어 있던 애제자들 얼굴에 슬슬 옅웃음이 번지기 시작했다. "그렇지! 어학 습득은 그렇게 재미있어야 하는 거야!"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강의 분위기는 일단 조였다가 풀어 줘야지 푼 상태로 방치했다가 억지로 조이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다. 강의 한 두 번 해 보나?


그런데, 이 수강생들이 일반인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관광통역 전공의 국제UB대 1학년 재학생들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이 수강생들은 한국어 강의를 학부와 세종학당 등 두 곳에서 수강하는 셈이 된다. "오호! 몽골대학생한국어말하기대회에서 국제UB대 재학생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가 여기 있었군!" 그제서야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몽골국립대와 후레정보통신대 재학생들이 꾸준히 입상을 한 곡절도 세종학당이 부속 기관이어서 그랬던 것이리라! 그러고 보니, 몽골인문대학교 애제자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상을 했던 게 기적으로 느껴질 정도이다. 그렇다. 유감스럽게도 몽골인문대학교에는 세종학당이 없다. 왜 그럴까? ▲교수단 자질이 딸려서?=>천만에요! ▲세종학당을 우습게 봐서!=>아니올시다. ▲유치에 관심이 없어서?=>Not at all! 이 곡절을 얘기하자면 징그럽게 길다! 길~~다! 아주 길~~~~~다! 나중에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아니면 마는 거고!


본국의 세종학당재단(이사장 강현화)의 방침에 따라 지구촌 각국 세종학당은 한국문화 강의도 병행한다. 강의 계획표에 따라 나에게도 한국문화 강의가 배당됐다. UB1 세종학당의 학사 일정은 이렇게 한국 학제에 따라 착착 진행될 예정이다. 이 한국어 초급 수강생들의 목표는 이걸로 끝이 아니다. 데. 볼로르마(D. Bolormaa) UB1 세종학당장의 말로는 한국어능력시험(TOPIK) 4급 합격이라고 한다. 부디, 성공이 있기를!
☞몽골 현지에서의 한국어 교육의 역사=>그 시초는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0년 3월 26일 대한민국과 몽골의 국교가 수립된 뒤, 몽골에서는 몽골 외교부 산하 동양학연구소에 한국어 강좌가 최초로 개설된 바 있다. 이것이 몽골 현지 한국어 교육의 효시이며, 이후 각종 주요 대학의 한국어 관련 학과 및 초-중-고등학교의 한국어 강좌가 꾸준히 개설되면서 정규 교육 기관의 한국어 학습자 숫자는 증가 추세를 보여 왔다. 대한민국 정부 차원 (정부 차원이라고 썼다. 정부 차원의 한국어 교육은 1992년 9월부터이다. 민간 차원의 한국어 교육은 1991년 몽골에서 이미 이뤄지고 있었으며, 한-몽골 수교 이전의 북한어(=조선어) 교육은 북한 유학생들에 의해 수행됐다)의 몽골에서의 한국어 교육의 역사는 대한민국 한국국제협력단 (KOICA)의 한국어 교원 파견에서부터 비롯됐다. 현재, 몽골 현지 한국어 교육 기관으로는, 몽골 교육부의 승인을 받은 상기 현지 초-중-고교, 대학 이외에도, UB1, UB2, UB4 세종학당(UB3는 폐쇄) 등 모두 3개의 세종학당이 존재하고 있다. 그 밖에 한인 동포 자녀들의 정체성 교육을 위한 몽골 토요한글학교, 유비엠케이스쿨(UBMK School)과 각종 종교 단체 등 몽골에 진출해 있는 다수의 NGO, 그리고 한국처럼 여러 사설 학원이 한국어 교실을 운영 중이다.
한편, 이런 가운데, 몽골인문대학교 한국학과에서는, 9월 12일 금요일 저녁, 한국 유학을 떠나는 엠. 사란토야(M. Sarantuya, 아래 사진 맨오른쪽=9월 15일 화요일 오전 비행기로 출국) 교수를 위한 송별 회식을 열었다. 서울로 떠나는 사란토야 교수의 빈자리에는 대한민국 국적의 최윤서 몽골국립대학교 대학원 박사 과정 재학생이 대타로 교수단에 합류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최윤서 교수, 강외산 교수, 데. 에르데네수렌(D. Erdenesuren) 교수, 엠. 사란토야(M. Sarantuya) 교수. 컴퓨터를 켠 다음에 마우스 click 몇 방이면 몽골 소식이 한국으로, 한국 소식이 몽골로 날아드는 시대임에도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Out of sight, out of mind)!"라는 말이 실감났다. 그 어떤 이유를 붙인다 하더라도 왠지 이별에 마음이 시렸다.





사실, 명목은 엠. 사란토야 교수 송별 회식이었으나, 넓게 보면, 최윤서 교수 환영 회식에다가, 몽골인문대학교 한국학과의 2020-2021학년도 제1학기 개강 축하 회식 모임이기도 했다. 아무쪼록, 사란토야 교수가 대한민국의 코로나19에 휩쓸리지 않고 무사히 박사 학위 획득 작업을 깔끔하게 마무리하기를 기원해 본다. 총명하니 잘 해낼 거야! 근데 왜 하필, 가을에 떠나나? "가을엔,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라는 노랫말도 모르나? 아무튼 잘 가시게! "안녕! 사라!"








☞덧붙임 : 내가 보도 기사로 내보낸 몽골 현지 대학 개강 소식을 읽은 서울의 윤정석(尹正錫) 중앙대학교(CAU) 명예 교수와 최용기(崔溶奇) 전(前) 몽골민족대학교(MNU) 부총장 등 두 분이 내게 격려 편지를 보내 왔다. 윤 교수는 "서울은 이번 가을이 시작되면서 모두들 문 꽁꽁 닫고 집에 있으라는 방역 기관의 요청 때문에 최근 길에는 사람이 많이 줄어 들었고 며칠째 비와 태풍이 두어 번 몰아치는 참 재미없는 도시가 되어 버렸네. 강의가 시작되어도 모두들(=애제자들) 집에서 강의를 듣고 On-Line으로 강의하게 되어 학교도 텅텅 비었어. 이번 학기에 외국 국적 수강생들 수가 줄어서 강의를 하지 못했지만 지난 학기에는 두 과목을 맡아서 동영상을 한 50개 이상을 만들어 올렸지. 강 교수의 개강 이야기를 들으니 그 곳에 가서 강의하던 생각, 늘 강 교수의 우정에 감사한 생각일세. 몽골 대학생들의 단순하고 성실한 모습은 잊혀지지 않는군. 어쩌다 내가 늦은 나이에도 그 곳 학생을 몇 년씩이나 가르치게 되었는지 참 좋은 인연과 기억으로 남았지. 그 곳(=몽골)에서 중앙대학교로 오는 (몽골) 유학생들도 더러 보긴 했지만 몽골에서 보는 학생과는 만나는 감이 다르더군. 보내 준 몽골 대학 개강 이야기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네. 건강에 조심하고 또 강 교수의 재미있는 소식 기다리네!"라고 썼고, 최 교수는 "강 교수, 잘 있지? 올해 상반기는 참으로 길고 긴 기간이었네. 할 말도 많고 만나고 싶지만 모든 것이 멈춰버렸어. 고국에서 나도 할 일을 찾아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 국내 대학 강의도 시작했고 봉사 단체 활동도 시작했어. 자세한 것은 추후 말해 주겠네. 며칠 전 몽골 후레대 권 처장(UB4 세종학당장 겸임)과도 통화했고, (주몽골 대한민국 대사관) 길강묵 영사도 곧 귀국한다는 소식을 들었네. 헐버트 박사 추모식은 모임을 갖지 못했지. 다시 만날 때까지 건강하게 지내기 바라네!"라고 썼다. 이 기회를 빌려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다. 두 분 모두 건강하시길! 심성이 곧고 존경할 만한 선배들(윤 교수는 작은아버지뻘, 최 교수는 형님뻘)의 성원과 지지를 받는 것은 하늘이 내게 내린 복(福)이라 생각한다. 이게 다 몽골어 속담 "Ёс ёмбогор, төр төмбөгөр (예로부터 전해져 온 도덕=道德=예의 바른 행동을 귀감으로 삼아, 준수해 나가는 것이 가장 훌륭한 것이다)"를 실천한 덕택이 아닐까 하는데, 글쎄올시다.
'국외 체류 글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몽골 체류 글] 2020년 9월이 집니다. (0) | 2020.09.30 |
---|---|
[몽골 체류 글] 몽골 한인 동포 30년사 편찬이 개시됐다 (0) | 2020.09.19 |
[몽골 체류 글] 몽골 대학 캠퍼스, 2020-2021학년도 제1학기 개강 (0) | 2020.09.07 |
[몽골 현지 글] 2020-2021학년도 제1학기 대학 개강 초 읽기!....... (0) | 2020.08.29 |
[몽골 체류 글] 이-승-만 초대 대통령 서거 55돌(2020. 07. 19) (0) | 2020.07.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