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내게 깜짝 깜짝 놀라는 일이 많이 발생한다. 깜짝 깜짝 놀라는 곡절은 내가 뭘 잘못해서가 아니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여러 사안들이 내게 정면으로 돌진해 오기 때문이다.
몽골한인회(회장 국중열)의 몽골 한인 30년사 편찬 작업이 9월부터 개시된 가운데, 공동 집필자로 L.O.G 컨설팅 박병욱 대표(아래 사진 오른쪽)와 내가 선임됐다. 공동 집필자인 박병욱 대표는 한몽 수교 초창기에 몽골에 유학생으로 입국한 바 있으며, 초대 몽골한인회 회장 계로이 선생(딸=계승희)의 사위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몽골한인회 김무영 사무총장(위 사진 왼쪽)의 전화를 받은 게 지난 9월 4일이었다. 단순히 언론 취재 관련 면담인 줄 짐작하고, 서둘러 몽골한인회 사무실을 방문했더니, 사무총장의 발언 요지는 몽골 한인 30년사 편찬 작업의 집필을 맡아 달라는 거였다. 동포 역사 집필? 몽골한인회의 이런 집필자 선임은 사무총장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므로, 여기에는 국중열 회장의 의지가 담긴 게 분명했다. 나로서는 "그것 참 별일이네!"라는 생각을 했다.
▲History is past politics, and politics presents history! (역사라는 것은 지나간 정치이며, 정치는 현재의 역사이다!) ▲당신은 당신 자신의 개인의 역사를 관찰해야 한다. 역사의 의미는 항상 당신의 현재에 있다. 당신은, (역사를) 관객의 눈으로 보지 말고, 오직 책임 있는 결단을 가지고 (역사를) 봐야 하느니라!
일전에 스페인 라스팔마스를 방문했을 때 라스팔마스 한인 동포사를 집필했던 이횡권 라스팔마스한인회장이 내게 책을 증정하면서 덧붙였던 말을 떠올렸다. "강 교수, 한인 역사 편찬 작업을 하다 보면, 동일한 어느 사안에 대해서, 누구는 이런 시각에서 얘기하고, 누구는 또 다른 시각에서 얘기한단 말이에요. 그러다 보니, 편찬 작업이 힘들어요. 요컨대, 잘 해도 욕 먹고, 못 해도 욕 먹는 게 재외 동포 한인 역사 편찬 작업이에요!"


몽골 한인 동포 사회도 이런 상황에서의 예외가 될 수 없을진대, 내가 그 집필 작업을? 나 보고 피 바가지 쓰라고? Oh, No! 거, 말발 좋고, 언변이 뛰어난 아주 유~~~식한 인간들이 즐비한 몽골 한인 동포 사회임은 이미 상식이다. 끼리끼리 물밑 작업도 그야말로 수준급인 게 몽골 한인 사회이다. 죽이 잘 맞는 사람들끼리 그리 하는 걸 굳이 시비 걸 수는 없을 터이다. 오히려, 그게 득이 될 수 있으니까. 게다가, 이미 오송 주몽골 대사 재직 시절에 몽골 한인 25년사가 편찬된 적이 있었으므로 그 당시 편찬 작업 당사자들이 나서야 하는 게 순리였다. 나는 꿩 대신 등장하는 닭이 아니다! 그러므로, 나로서는 정중히 거절하면 그만이었다. 평안 감사 자리도 내가 싫으면 그만 아닌가!
하지만, 공동 집필이라는 김무영 사무총장의 진지한 설득에 나는 내 고집을 꺾었다. 실상, 몽골 한인들의 활약상, 분투 노력.....이런 걸 지구촌에 알리는 걸 나는 얼마나 자랑스럽게 여겼던가! 조용히 살고 있는 이 백면서생을 몽골한인회가 굳이 끌어내서 집필을 맡긴다? 역사의 긴 안목에서 보면 이건 대대손손 가문의 영광일 터이다. 몽골 한인 30년사 책자 발행인은 국중열(몽골한인회 현직 회장)이며, 편찬위원장에는 우형민 몽골 서울 그룹 회장이 추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주 동안 몽골한인회 김무영 사무총장, 공동 집필자인 L.O.G 컨설팅 박병욱 대표, 그리고 내가 이미 두 번의 예비 모임을 가졌다. 집필의 틀은 기존 원고를 바탕으로 한 빠진 내용 첨가, 중복 내용 삭제, 잘못된 내용 대체 및 수정, 전반적인 재배열이 될 것이므로 만만한 작업이 아닐 듯하다. 집필실로 쓰라고 대암장학회 사무실 활용을 기꺼이 승인해 준 박호선 대암장학회 이사장과도 유쾌한 통화를 했다. 집필 완료 시점은 11월 말로 이미 확정됐다. 오늘도 지구는 돌고 세월은 하염없이 흐르고 나는 몽골에 존재한다. 백면 서생치고는 이번 가을에 무지하게 분주한 학기를 보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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