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5월도 내일부터는 중순으로 꺾어집니다. 오늘 아침엔 흐리더니 바람이 잔잔합니다. 시시각각 고국 뉴스를 챙겨 보기는 하나, 고국과의 물리적인 거리 때문에 고국이 낯설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하여, 고국의 여성 시인의 시(詩) 한 편을 꺼내 듭니다. 올해 5월은 부디 감미로운 아까시 향내가 널리 퍼져 지구촌의 포근한 5월이 되어 주길!

[한국의 시(詩)] 푸른 오월(Green May)
글 : 노천명(盧天命, 본명은 기선=基善, 1911. 09. 01 ~ 1957. 06. 16)
발 췌 : Alex E. KANG

청자(靑瓷)빛 하늘이
육모정[六角亭]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못 창포잎에
여인네 맵시 위에
감미로운 첫여름이 흐른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는 정오(正午)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 속으로 몰려드는 향수를
어찌 하는 수 없어,
눈은 먼 데 하늘을 본다.

긴 담을 끼고 외딴 길을 걸으며 걸으며,
생각이 무지개처럼 핀다.

풀 냄새가 물큰
향수보다 좋게 내 코를 스치고

청머루 순이 뻗어 나오던 길섶
어디메선가 한나절 꿩이 울고
나는
활나물, 호납나물, 젓가락나물, 참나물을 찾던
잃어버린 날이 그립지 아니한가, 나의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
서러운 노래를 부르자.

보리밭 푸른 물결을 헤치며
종달새 모양 내 마음은
하늘 높이 솟는다.

오월의 창공이여!
나의 태양이여!

출전 : 창변(1954)

주지하다시피, 5월은 아까시(<=아카시아)의 계절입니다. 하여, 몽골의 인접국 러시아의 여성 가수가 불렀던 "하얀 아까시 향내는 가득하고"라는 감미로운 러시아 노래를 끄집어 내서 듣습니다. 소싯적 아까시 꽃잎을 입에 한가득 처넣고 즐기던 느낌처럼 그저 부드럽고 달콤한 선율입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도 이제는 평화 무드로 전환돼 주길....

Music Title : Белой акаций гроздья душистые
[Beloyi Akatsii Groziya Dushestiye(하얀 아까시 향내는 가득하고)]!!!!
Sung by : Людмила Сенчина(Lyudmila Senchi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