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오는 듯하더니 어느덧 9월의 마지막 날을 맞습니다. 몽골인문대는 그동안 온라인으로 진행돼 왔던 강의 진행을 이번 주부터 한 주는 대면 강의, 다음 한 주는 온라인 강의 등으로 2주마다 한 번씩 강의 진행 방식을 바꿔 학사 일정을 소화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리하여, 저는 이번 주에 지난해 9월 이후 무려 1년 만에 한국학과 4학년 애제자들을 직접 대면 강의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19에 감염되지 않고 꿋꿋하게 버텨 준 애제자들이 그저 고마웠습니다.


한국학과는 그렇다치고, 이번 학기에 저는 컴퓨터학과의 한국어 I & 한국어 III, 국제관계학과의 한국어 초급 말하기-듣기 & 한국어 중급 말하기-듣기, 한국학과의 한국 문학 번역 등 모두 5과목을 맡았습니다.

일반적으로 한 학기에 3학점 과목 당 90분 강의를 3번 소화하게 됩니다만, 이번 학기에는 컴퓨터학과의 한국어 I과 국제관계학과의 한국어 초급 말하기-듣기는 수강 신청 재학생 인원이 60명을 넘어버려 교학처에서 두 그룹으로 나눠 제 강의에 배정하는 통에 꼼짝없이 1주일에 5과목의 90분 강의를 21번이나 뛰게 됐습니다.

말이 1주일에 21번이지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하루에 90번 강의를 4번씩 들어가는 꼴입니다. 90분 강의를 한 번이라도 뛰어 본 사람이라면 매일 90분 강의를 4번씩 진행한다는 게 보통 힘든 게 아니라는 걸 공감하게 될 겁니다. 제가 요즘 그렇게 삽니다.

자, 이제 2021년 9월이 스러지고 새로운 10월이 옵니다. 고국에서는 1일 국군의 날, 3일 개천절, 5일 세계 한인의 날, 9일 한글날을 경축하겠고요. 하지만, 오곡백과가 무르익은 참으로 풍성한 계절 가을의 한복판 10월인데도 코로나 19 거리 두기로 행사 진행이 참으로 초라하게 치러질 것이 명약관화하니 그저 답답한 심정입니다.

이런 가운데, 몽골 현지에서는 국제UB대학교가 주최하는 2021 한글 대잔치가 진행됩니다. 며칠 전 국제UB대 산하 몽골 UB1 세종학당의 데. 볼로르마(=D. Bolormaa) 학당장이 보내온 초청장이 제게 당도했습니다. 그냥 전화로 알려도 될 터인데 굳이 초청장까지 보내온 정성이 그저 고마웠습니다.


몽골인문대 한국학과장 데. 에르데네수렌 교수가 제게 국제UB대 초청장이 왔다고 휴대전화로 귀띔해 주기에 초청장을 일부러 받으러 몽골인문대 1동 407호 강의실로 올라갔다가 데. 에르데네수렌 교수와 참으로 오랜만에 조우했습니다.

같은 대학, 같은 학과에 같이 근무하고 있는데도 이렇게 만나기가 힘듭니다. 돌이켜 보니 지난 5월에 만나고 나서 무려 4개월 만의 상호 조우입니다. 이게 다 코로나 19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 덕분(?)입니다.


강의 사이의 휴식 시간이었기에 안부만 묻고 서둘러 되돌아나오려다가 기어이 이번 학기 상호 조우 기념 사진을 찍고야 말았습니다. 몽골 현지의 코로나 거리 두기 조치로 인해 이제 언제 만날는지 기약이 없기 때문입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일부러 이렇게 단 둘이 찍은 사진이 제가 지난 1992년 9월 몽골인문대학교(당시에는 몽골국립외대)에 부임한 이후 처음인 듯합니다. 아아, 끔찍한 세월의 축적이여! 뒤편 왼쪽에 보이는 앙증맞은 노~~~란 단풍잎이 지금이 2021년 가을임을 새삼스레 깨우쳐 주고 있습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2021년 9월이 지고 있습니다. "교수님, 제가 코로나에 감염돼서 강의 참석이 어렵습니다!"라는 애제자들의 이메일 내용을 이제 제가 더 이상 읽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바야흐로, 우리 모두 이제 3개월(10월-11월-12월) 남은 2021년을 후회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하도록 분투해야 할 때입니다.

© 2015 alexalex in Alex Kang's Mongolia News알렉스 강의 몽골 현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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