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6월 말일인 30일 화요일! 6월이 지고 있다. 내일이면 7월이 온다. 몽골에서는 나담 축제를 기준으로 본격적인 여름 휴가가 펼쳐진다. 나담 축제(Naadam Festival)는 몽골 혁명 기념일인 7월 11일부터 13일까지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매년 개최되는 몽골의 대표적인 민속 축제이자 스포츠 축제다. 하지만, 올해엔 지구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온라인 나담으로 진행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무관중 축제로 치러진다.

우리나라는 더위가 가장 극심한 7월 말에서 8월 초 중으로 여름 휴가를 많이 떠나지만 몽골의 여름 휴가는 나담 축제(Naadam Festival)를 기준으로 한다. 지역마다 나담 일정이 다르지만 매년 몽골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공통된 나담 휴무일을 지정해 준다.

하도 오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만 지내려니 답답한 판국에 시내 외곽으로 바람 쐬러 소풍을 다녀왔다. 에르데네수렌 교수의 여름 별장(몽골어로는 Зуслан=조슬란)에서 나, 에르데네수렌 교수, 사란토야 교수 셋이 모였다.

그렇다. 단 셋이었다. 왜냐. 둘만의 대화는 의견 상충의 가능성이 있고, 넷의 대화는 너무 중구난방식이 돼 배가 산으로 갈 수 있으리니, 셋이 모이는 게 가장 이상적일 터이니까.


에르데네수렌 교수의 여름 별장은 뾰족 지붕을 한 통나무 집이었다. 대한민국 수필가 피천득(皮千得) 선생(1907 ~ 2007)의 수필 "인연(因緣)" 내용에 등장하는 "(일본 소녀) 미우라 아사코(三浦朝子)에게 준 동화책 겉장에 있는 집"이라는 문장 표현이 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피천득 선생은 또 이렇게 썼다. "....'아, 예쁜 집! 우리 이담에 이런 집에서 같이 살아요.' 아사코의 어린 목소리가 지금도 들린다."





모처럼 마스크를 벗어던졌다. 혹시라도, 코로나19 걸리면 어떡하냐고? 농담이라도 그런 말씀 마시라. 그런 경우에는 오는 9월의 새학기 몽골인문대학교 한국학 강의는 엉망이 될 것이다. 재난 중 재난이다. 세 명 중 한 명만 걸려도 캠퍼스로부터 전격 격리될 터이고, 격리된 사람은 그렇다 치고, 학기 중에 그 교수 한 사람 강의를 누가 추가로 보강해 줘야 하는데 누구 사람 잡을 일 있나? 아휴! 농담이라도 그런 말씀 마시길! 머리에서 지진 난다.

두 교수 모두 한국 유학을 마치고 석박사(碩博士) 학위를 취득한 재원(才媛)들이다. 한몽 민간 외교의 핵심이다. 둘이는 몽골어로 대화하고 나와는 유창한 한국어로 대화를 이어가나, 나는 필요한 경우에는 악착같이 몽골어로 응대한다.





러시아 전통 요리 샤슬리크(Shashlik=Шашлык)의 굽기가 시작됐다. 고기는 쇠고기와 양고기 두 종류가 준비됐다. 타지 않게! 노릇노릇하게! 먹음직스럽게! 근데, 그게 얼마나 정밀한 작업인가.

그런데, 타지 않게? 그건 불가능하잖아! 자신이 없는 나는 뒤로 물러났다. 에르데네수렌 교수, 사란토야 교수가 직접 나섰다. 나는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기로 작정했다.









양고기, 쇠고기도 맛있고, 샐러드도 맛있고, 쫀득쫀득한 잡곡밥도 맛있었다. 고기는 에르데네수렌 교수가 하루 전에 충분한 양을 준비해 온갖 갖은양념에 재웠다는데 정말 맛있었다.

위에 명이 나물(茗荑나물=울릉도산(産) 마늘. 수선화과 부추아과 부추속의 여러해살이풀. 또 다른 이름 명이 나물은 울릉도에서 춘궁기에 이 식물을 먹고 목숨을 이어갔다는 데서 유래함. 한국에서는 잎을 간장에 절여 장아찌를 만들어 먹는데, 흔히 고기와 함께 먹음) 보이시는지. 우리나라에서는 울릉도에서만 자생한다는데 몽골 초원에는 지천으로 깔려서 거의 잡풀 수준이다. 빨간 포도주와 몽골 보드카 '아르히(архи)'도 식탁에 올랐다.







이쯤에서, "아이고! 강 교수, 팔자 좋네! 여교수들하고 이렇게 때려마시고?"라는 말이 분명히 나올 게다. 근데, 그게 아니다. 지난 1월 코로나 발병 이후에 교수들끼리 서로 서로 얼굴 본 게 손에 꼽을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몽골 교육부 지시로 교수들이 캠퍼스에 출근하지 않는데다가, 강의는 집에서 온라인 강의, 학과 일정 상의는 휴대전화나, Kakao Talk로 진행하니 서로 만날 일이 뭐가 있나?

사적으로 이렇게 "1. 셋이서 2. 야외에서 3. 오붓하게 밥 한 끼" 서로 나누는, 즉 1-2-3의 조건을 모두 충족한 건 내 몽골 입성 이후 사상 처음이다. 서로 그렇게 삶의 일상에 지쳐서 미처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던 게다. 말만 "한 직장에서 한솥밥 먹는다!"였지 왜 그렇게 서로 재미없게 살았던가가 후회가 될 지경이다.

[한국 가요] 그리운 얼굴_주현미(周炫美, 1961 ~ )

코로나19 발발 장장 7개월째! 지구촌 누적 확진자 1,040만명, 한국 누적 확진자 12,800명, 몽골 누적 확진자 220명이다. 몽골 정부가 오늘 국가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우. 엥흐투브신 몽골 부총리) 회의를 통해 오는 7월 15일까지 몽골을 오가는 항공기 지구촌 전 노선 운항과, 러시아와 중국을 연결하는 국제 열차 운행의 전면 중단을 연장했다.

예년 같으면 잠정 고국 방문 중일 터이지만, 올해 몽골의 국경 폐쇄 연장으로 인해 나는 동서남북 어느 쪽으로든 몽골을 벗어날 기회가 박탈됐다. 이제 몇 시간 뒤면 7월 1일이 다가온다. 몽골 현지에 있든, 고국에 있든, 지구촌 어디에 있든, 그동안 못 만났던 사람들 안부가 궁금해진다. 잘들 견뎌내길! 좋은 날은 반드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