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3월 23일 화요일 밤 10시 46분 경(몽골 현지 시각)에 몽골 현지에서 규모 4.7의 지진이 발생했다. 밤 11시가 가까운 시각, 책상머리에 앉아 있던 나는 마치 배 위에서 배가 출렁거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침대 맡에 걸어 놓은 헤드폰 줄이 흔들리는 게 눈에 보여서 본능적으로 지진임을 직감했다. 그 짧은 순간 "이러다가 건물(나는 5층에 산다)이 주저앉으면 나는 골로 가는데!" 하는 생각에 겁이 덜컥 났다. 아이고, 깜짝이야! 죽는 사람이야 그렇다 치고, 뒷수습에 나서는 고국의 핏줄들이야 얼마나 고생을 하게 될까! 이런 저런 생각에 새벽까지 잠 못 들어하다가 잠깐 눈을 붙이고 오늘 하루 종일 진행될 온라인 강의 내용을 챙겼다.

몽골 지진 소식에 아침 무렵에 서울에서 연락이 왔다. 내용인 즉, "가지 가지 하시네! ㅠㅠ 살아 계시니 그걸로 고마워요!" 하긴, 코로나로 죽으나 지진으로 죽으나 죽는 것은 마찬 가지이다. 죽는 건 오로지 한 번이다! 두 번 죽는 사람 봤나? 여자는 절개요! 남자는 배짱이다!


미국 지질연구소 발표를 보니 진원지는 몽골 고비숨베르 아이마그의 바얀탈 솜 북쪽 16km 지점의 깊이 10km 되는 곳이며, 규모는 4.7이라고 한다. 다시 한 번 사람 목숨이 파리 목숨임을 실감하는 시간이었다. 몽골의 재난방지청은 현재까지 몽골의 인명, 재산과 관련한 피해 신고 접수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어제 3월 23일 화요일 현재, 몽골 현지의 코로나 19 바이러스 총 확진자 수는 5,392명(+206명)이고 몽골 총 치료 완료자 수는 3,758명(+152명)이며, 백신 접종 상황은 3월 22일에 몽골 국민 14,166명이 접종을 받았고, 지금까지 누적 백신 접종 완료자 숫자는 총 223,444명이 1차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하지만, 엘. 오윤에르데네(L. Oyun-Erdene) 몽골 총리는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14~15일 간의 비상사태 4단계(빨간색)로 환원하여 이동의 자유를 통제하는 통행금지를 다시 실시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상태이다.

현재, 몽골 현지에서는 백신 접종이 한창이다. 백신 접종에 나선 몽골 국민들과, 접종에 책임을 지고 분투 중인 몽골 의료진에 부디 절대자의 가호가 있기를! 유쾌한 승전의 노래를 부르는 날이 빨리 오길!


새삼스레, 일제강점기와 6.25사변을 떠올렸다. 우리 조상들은 그 마귀 할멈 같던 일제강점기와 6.25사변 와중에도 살아 남아 지금까지도 우리 후손들이 우려먹고 있는 찬란한 경제 발전을 이루지 않았던가? 고통은 고통이었으되 이젠 추억마저도 아름다운 걸....후손인 나로서는 죽지 않고 끝까지 살아 남아야 할 책임이 있다. 나는 그런 각오를 악착같이 다졌다. 먼 훗날, 우리는 이 코로나19의 고통을 어떻게 추억할 것인가?


지진이 발생하기 전이던 그 날 당일 오후, 나는 몽골 외교부 청사로 가서 몽골 외교부 공인 1년 짜리 몽골 외신기자증을 수령했다. 최근의 코로나 19 환자 급증 때문일까? 몽골 외교부 정문 수위가 출입을 엄중하게 통제하고 있었다. 상황이 이러하니 몽골 외교부 직원이 직접 1층까지 내려와 내게 새로 발급한 외신기자증을 전달해 줄 수밖에. 아이고, 고마워라!


주몽골 우리나라 대사관 확인 공문까지 요구했던 까닭일까? 올해는 여권 안에 외신 기자 활동 확인 도장까지 찍혀 있었다. 누구일까? 이런 깜찍한 발상을 한 게? 그저 고맙기만 하다. 아울러, 몽골 외교부에 확인 공문을 기꺼이 발송해 준 담당자(이름을 숨긴다)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해 드린다.


몽골 지진 발생 소식을 뉴스로 작성하려다가 그만 두었다. 무슨 자랑이라고 별도 보도 기사로 낸단 말인가. 단지, KBS 방송 단신으로만 처리하려 한다. 그러나 저러나, 지난 1월에 이어 다시 지진이 발생한 걸 보니 몽골도 이젠 지진 안전 지대가 아닌 모양이다. 속상해서 죽을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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