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8일 월요일 오전 북한 방문길에 올랐던 차히아긴 엘베그도르지 몽골 대통령(Mongolian President Tsakhiagiin Elbegdorj=Монгол Улсын Ерөнхийлөгч Цахиагийн Элбэгдорж)이 3박 4일 동안의 방북 일정을 마치고 몽골 항공 미아트(MIAT) 특별기 편으로 몽골 울란바토르 칭기즈칸국제공항을 통해 무사히 귀국한 건 지난 10월 31일 목요일 오후였다.
북한의 김정은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왔다는 얘기가 들려 그런가 보다 하고 잊어버렸다. 그런데, 11월 중순쯤인가? 한국 언론에서 난리가 났다. 엘베그도르지 몽골 대통령이 방북 체류 시 김일성종합대학교를 방문해 행한 연설에서 북한의 정치를 비판했다는 보도였다. 핵심은 북한의 김정은을 만나지 못해 작심하고 불만을 토로했다는 거였고, 보도 내용도 북한의 정치를 폭력 정치(Tyranny)로 묘사했다느니, 독재 정치(Dictatorship)로 묘사했다느니 언론사마다 다소 엇갈리고 있었다.
본 기자가 헷갈렸다. 아니, 몽골 현지에서 모르는 정보를 서울 언론이 어떻게 먼저 알지? 내가 모르는 무슨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나? 즉시, 몽골 현지에서의 안테나를 총동원해 사실 여부 확인에 나섰고, 기어이 엘베그도르지 몽골 대통령의 몽골어 연설 원문과 녹음 파일을 손에 넣었다. 즉시, 몽골어 연설 원문을 몽골어 문법에 맞춰 분석하고, 번역에 들어갔다.
▲2013년 10월 28일 월요일 오전 북한 방문길에 올랐던 차히아긴 엘베그도르지 몽골 대통령(Mongolian President Tsakhiagiin Elbegdorj=Монгол Улсын Ерөнхийлөгч Цахиагийн Элбэгдорж)이 10월 31일 목요일 김일성종합대학교 연설 현장에 섰다. 오른쪽 옆얼굴이 보이는 사람은 엘. 볼드 몽골 외교부 장관(L. Bold, former Minister of Foreign Affairs of Mongolia)이다. (사진=몽골 대통령실 동영상 화면 캡처). © 알렉스 강 몽골 특파원 | |
엘베그도르지 몽골 대통령이 김일성종합대학교 방문 시 행한 연설에서 한국어로 폭력 정치(Tyranny)나, 또는 독재 정치(Dictatorship)로 번역될 수 있는 몽골어 'Дарангуйлал(다랑고일랄)'이라는 낱말을 구사한 것은 맞다.
하지만, 그 낱말이 북한을 겨냥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앞뒤 문장 댕강 댕강 자르고 어느 낱말만 핵심적으로 부각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는 상황에 몰린 사람 그 누군들 버텨날 수 있으랴?
남자가 여자한테 '사랑해!' 했다고 해서 무조건 그게 혼인 예식 올리자는 말로 들으면 인간 관계가 피곤해진다. 어떤 상황이었느냐?가 핵심 골자다? 돈을 꿔 줘서 그런 건지, 아니면 밥을 사 줘서 그런 건지, 아니면 어느 목적을 향한 동지애의 발로로 그랬는지, 아니면 놀리려고 그랬는지, 아니면 진짜 에로스의 감정이 발동해서 그랬는지! 어떻게 아나? 앞뒤 상황 다 잘라버리고 '사랑해'라는 낱말만 밀어붙이면 대책이 없는 거다.
한국어 번역을 덧붙여 즉시 보도 기사를 내보내야 했으나 몽골에서 맡은 일들이 많아 차일피일 미루다 늦어졌다. 이에 더 늦기 전에, 아니 올해가 가기 전에 혹시 차후에라도 필요할 상황이 도래할 것으로 판단되어 굳이 기록으로 남겨 둔다. 본 기자의 번역의 완성에 도움을 준 몇몇 몽골 제자들에게 깊은 감사의 말을 전한다.
번역은 연설문 전체가 아닌, 한국어로 폭력 정치(Tyranny)나, 또는 독재 정치(Dictatorship)로 번역될 수 있는 몽골어 'Дарангуйлал(다랑고일랄)'이라는 낱말이 왜 쓰였는가?를 문맥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앞뒤 문장들로만 이뤄졌다.
요컨대, 결론은 한국 언론이 오리지널 소스인 일본 언론에 말려 부화뇌동 (附和雷同)한 꼴이다. 현명한 독자 여러분의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하는 바이다.
<차히아긴 엘베그도르지 몽골 대통령 연설 일부>
한국어 번역 : 알렉스 강, Translated in Korean by Alex E. KANG
Монгол Улсын гадаад бодлогын тухай ярихдаа мөн дотоод бодлогын талаар дурдахгүй байх аргагүй. Яагаад гэвэл манай гадаад бодлого дотоод бодлоготойгоо нягт уялдаатай юм аа. Монгол Улс хүний эрх, эрх чөлөөт байдлыг дээдэлдэг, хуулийн засаглалыг эрхэмлэдэг, нээлттэй бодлогыг хэрэгжүүлдэг ийм орон юм. Монгол Улс онгол Улс иргэдийнхээ үзэл бодлоо чөлөөтэй илэрхийлэх, эвлэлдэн нэгдэх, өөрийн сонголтоороо ажиллаж амьдрахыг хүндэтгэдэг. 우리 몽골의 대외 정책을 말씀 드리려면 몽골 국내 정책의 핵심 분야를 일부 언급할 수밖에 없겠습니다. 몽골의 대외 정책과 국내 정책은 상호 연관되어 있으며, 또한 전체론적 관점에서 시행되고 있는 까닭에서입니다. 몽골은 인권과 자유를 존중하며, 법치주의를 높이 받들고, 개방 정책을 추진 중인 국가입니다. 몽골은 인간의 기본권, 요컨대 표현의 자유, 자유로운 집회의 권리, 그리고 스스로 자신이 선택한 개인의 생존권을 존중합니다.
Би эрх чөлөөний хүчинд итгэдэг. Хүний эрх чөлөө бол хүн бүрт заяасан ийм баялаг юм аа. Эрх чөлөө гэдэг бол хүн бүр өөрийн боломжийг нээх сайхан бололцоо олгодог. Энэ нь хүний нийгмийг хөгжил дэвшилд хөтөлдөг юм аа. Эрх чөлөөтэй хүмүүс асуудлын шийдлийг өөрсдөөсөө хайдаг. Харин эрх чөлөөгүй бол хүндрэл бэрхшээлийн буруутныг гаднаас хайдаг. Монголчууд “Хүний эрхэнд жаргахаар өөрийн эрхээр зов” гэж ярилцдаг ийм ард түмэн. 저는 자유의 힘을 믿습니다. 자유는 남녀를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부여된 자산인 것입니다. 자유라는 틀 안에서 그 누구든 자아 개발 기회가 가능하고 자아 개발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인류 사회는 진보와 번영의 길로 나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자유를 향유하는 사람은 문제 발생 시 해결책을 자신에게서 발견해냅니다. 하지만, 자유에 목마른 사람은 자신의 불행의 곡절을 자신이 아닌 다른 요인에서 찾으려 애쓰게 됩니다. 몽골 사람들은 “타인에 의해 펼쳐지는 행복한 삶보다는 자신의 뜻대로 살아가는 불행한 삶이 훨씬 낫다”라고 말하는 그런 국민들입니다.
Аливаа дарангуйлал бол мөнх биш юм, харин хүний эрх чөлөөтэй амьдрах хүсэл эрмэлзэл бол байнгын хүч юм аа. 그 어느 정권이 됐든 폭력적인 정치(또는 독재 정치)는 영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삶의 자유를 열망하는 인간의 힘은 영원합니다.
Монгол Улс улс төр, эдийн засгийн шилжилтийг 1990 онд нэгэн зэрэг нэг ч цонхны шил хагалалгүй, нэг ч дусал цус гаргалгүйгээр хийж чадсан ийм орон. Би энэ ганц жишээ дурдъя. 20 гаруй жилийн өмнө Монгол Улсын дотоодын нийт бүтээгдэхүүнд хувийн хэвшлийн эзлэх хувь 10 хүрэхгүй байсан. Одоо бол, энэ хувь бол 80 гаруй хувьтай болсон байгаа гэж энийг хэлъя. Нийгмийн чөлөөт байгуулал гэдэг бол манай улсын хувьд хүрэх зорилго гэхээсээ илүүтэй явах зам гэж бид ойлгодог. 몽골은 정치와 경제 두 분야에서 질풍노도의 변혁기를 지난 1990년에 경험했습니다만, 유리창 한 장 깨지기는커녕, 한 방울의 유혈 사태도 발생하지 않았던 게 가능했던 그런 국가입니다. 실례를 하나 들어 보지요. 20년 전쯤의 몽골 국내총생산(GDP)을 살펴 보면 민간 부문은 10%에도 못미쳤습니다. 현재의 민간 부문 측면은 몽골의 국내총생산(GDP)에서의 80%를 상회하고 있다는 것을 말씀 드립니다. 자유 사회라는 것은 우리 몽골의 달성 목표이기보다는 반드시 가야 할 여정이라고 우리 몽골은 이해하고 있습니다.
Эрх чөлөөт нийгмийн харилцааг бэхжүүлэх, шилжилт хийх гэдэг бол бас амаргүй зам аа. Өглөө бүр хүүхдээ ээж аав нь босоод хуурайлдагтай адилхан эрх чөлөөт нийгмийг өдөр бүхэн хог одоо тэр муу зүйлээс нь цэвэрлэж байх шаардлагатай байдаг. 자유 사회의 관계를 개선하고 변화시키는 일은 역시 쉬운 여정이 아닙니다. 아침마다 부모가 일어나 아기의 기저귀를 갈아 주듯이, 자유 사회의 폐습를 뿌리뽑는 일은 불가피한 여정입니다.
Бид одоогийн байдлаар хууль шүүхийн шинэтгэлд ихээхэн анхаарч байгаа. Авлига бол бидний замд учирч байгаа нэг аюул юм аа. Авлигыг үл тэвчих бодлогыг Монгол Улс хэрэгжүүлэхийг хичээж ажиллаж байгаа. Бид сүүдрээ нуудаггүй. Бидний алдаа ч ил, сургамж ч ил байдагаа гэдийг энийг хэлъя. 우리 몽골은 현재 사법 개혁을 신중하게 추진 중에 있습니다. 부정 부패는 우리 몽골이 가야 할 여정을 가로막는 하나의 저해 요소입니다. 우리 몽골은 한 치의 부패도 결코 용납하지 않는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우리 몽골은 우리의 어두운 부분을 숨기지 않습니다. 우리 몽골에게는 실수들도 있고 체득한 교훈들도 존재하고 있음을 말씀 드립니다.
Эрх чөлөө бол алдаж болдог, алдаанаасаа суралцаж болдог тогтолцоо юм. Би ч өөрөө суралцсаар яваа хүн. Би малчин айлд төрж өссөн. Найман эрэгтэй хүүхэдтэй айлын отгон хүү байна. Би ард түмнийхээ чөлөөт сонголтоор нийтлэг эрх ашигт үйлчлэх эрх надад олдсонд маш их баярлаж явдаг аа. 자유라는 시스템에서는 실수도 허용되고, 교훈 체득도 허용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교훈을 통해 배우고 있습니다. 저는 유목민 집안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집안에서 8형제 중 막내입니다. 저는 우리 국민들의 자유로운 선택에 의해 공공의 이익에 봉사할 수 있는 권리가 제게 주어진 것을 매우 큰 기쁨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에필로그> : 차히아긴 엘베그도르지 몽골 대통령(Mongolian President Tsakhiagiin Elbegdorj=Монгол Улсын Ерөнхийлөгч Цахиагийн Элбэгдорж)은 정치에 입문하기 전엔 기자로 활동하기도 했던 전직 기자 출신으로서, 지난 6월 26일 수요일 아침 7시부터 저녁 10시까지 몽골 전국 각 투표소에서 치러진 2013년 몽골 대통령 선거(2013 Mongolian Presidential Election=2013 оны Монгол Улсын Ерөнхийлөгчийн Сонгууль)에서 차기 대통령에 재선된 바 있다.
차히아긴 엘베그도르지 (Tsakhiagiin Elbegdorj=Цахиагийн Элбэгдорж) 몽골 대통령은 지난 2009년 7월 3일 금요일 몽골을 방문했던 박근혜(Park Geun-Hye=Пак Гын-Хе) 대통령(당시 한나라당 국회의원)과 반갑게 조우한 적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현재 집권 2기 행정부를 이끌고 있는 차히아긴 엘베그도르지 (Tsakhiagiin Elbegdorj=Цахиагийн Элбэгдорж) 몽골 현직 대통령의 대(對)한반도 정책은 대한민국 국민들에겐 초미의 관심사일 터이다. 최근, 꼬여만 가고 있는 남북한 관계와 몽골 현지에 대한민국 재외 국민과 북한인 근로자가 공존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볼 때, 남북한과 수교 중인 몽골의 역할을 대한민국 정부는 신중하게 주목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지난 2012년 7월 9일 월요일 몽골 대통령궁(몽골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차히아긴 엘베그도르지 (Tsakhiagiin Elbegdorj=Цахиагийн Элбэгдорж) 과 몽골 주재 외신 기자단과의 면담에서 강외산 몽골인문대학교 교수(본지 몽골 특파원 겸 KBS 몽골 주재 해외 통신원)가 차히아긴 엘베그도르지 몽골 대통령에 대한 질문에 나섰다. © 알렉스 강 몽골 특파원 | |
아래 시작 단추를 누르면
엘베그도르지 몽골 대통령의 한국어 인사 '감사합니다!'를 들을 수 있다.
지난 2012년 7월 9일 월요일 차히아긴 엘베그도르지 (Tsakhiagiin Elbegdorj=Цахиагийн Элбэгдорж) 몽골 대통령은 '북한의 개방 유도 및 한반도 평화 정착에 대한 구체적 복안’ 및 ‘몽골 정부의 대북 식량 지원 계획’을 묻는, 몽골 주재 외신 기자단의 일원으로 자리를 같이 한, 강외산 몽골인문대학교 교수(KBS 몽골 주재 해외 통신원 및 본지 몽골 특파원)의 두 가지 질문에 아래와 같이 답한 바 있다.
강외산 몽골인문대학교 교수의 첫 번째 질문에 차히아긴 엘베그도르지 몽골 대통령은 ‘남북한 관계에서 몽골의 역할은 매우 독특하다(unique)’며, ‘몽골은 남북한 관계에서 엄정 중립(neutral)’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몽골과 북한은 해마다 올해 울란바토르에서 북-몽골 회담이 열리면, 그 다음해에 평양에서 북-몽골 회담을 개최하는 방식으로 상호 교차 방문 교류를 이어 오고 있다’고 전제하고, ‘이런 것들을 통해 북한의 개방이 차츰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몽골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본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강외산 몽골인문대학교 교수의 두 번째 질문에는 차히아긴 엘베그도르지 몽골 대통령은 구체적인 추가 지원 시기는 밝히지 않은 채 ‘몽골은 언제든지 북한을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자신의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역대 몽골 대통령>
※편집자주(註) : 1990년 9월 03일 몽골 국회 간선 투표를 통해 몽골 초대 대통령으로 푼살마긴 오치르바트(Punsalmaagiin Ochirbat=Пунсалмаагийн Очирбат)가 당선되긴 했으나 간선 투표였던 까닭에 역대 대통령 차수에는 배제된다. 몽골에서는 몽골 국민들의 직선 투표로 당선된 역대 대통령 임기로부터 차수가 정해지고 있다.
제6대 : 차히아긴 엘베그도르지(Tsakhiagiin Elbegdorj=Цахиагийн Элбэгдорж, 2013. 06. 26, 몽골 국민 직선 투표 재선)
제5대 : 차히아긴 엘베그도르지(Tsakhiagiin Elbegdorj=Цахиагийн Элбэгдорж, 2009. 05. 24, 몽골 국민 직선 투표 당선)
제4대 : 남바린 엥흐바야르(Nambaryn Enkhbayar=Намбарын Энхбаяр, 2005. 05. 22, 몽골 국민 직선 투표 당선)
제3대 : 나차긴 바가반디(Natsagiin Bagabandi=Нацагийн Багабанди, 2001. 05. 20, 몽골 국민 직선 투표 재선)
제2대 : 나차긴 바가반디(Natsagiin Bagabandi=Нацагийн Багабанди, 1997. 05. 18, 몽골 국민 직선 투표 당선)
제1대 : 푼살마긴 오치르바트(Punsalmaagiin Ochirbat= Пунсалмаагийн Очирбат, 1993. 06. 06, 몽골 국민 직선 투표로 당선)
알렉스 강 몽골 특파원 alex1210@epost.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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