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2020년 4월 12일 일요일! 몽골 현지에 부활절의 어둑어둑한 저녁이 깃들면서 점점 어스름밤이 되어 갑니다.
오늘도,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재앙과 불행과 격투와 청춘과 천만 인의 생활과 / 그러한 모든 것이 보이는 밤 / 눈을 뜨지 않은 땅 속의 벌레 같이 / 아둔하고 가난한 마음은 서둘지 말라 /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 절제여 / 나의 귀여운 아들이여 / 오오, 나의 영감(靈感)이여”라고 읊었던 김수영 시인의 “봄밤!”의 시구절을 추억처럼 떠올립니다.

[한국의 시] 봄 밤

김수영(金洙暎, 1921. 11. 27 ~ 1968. 06. 16)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처럼 혁혁한 업적(業績)을 바라지 말라
개가 울고 종(鐘)이 들리고 달이 떠도 너는 조금도 당황(唐慌)하지 말라
술에서 깨어난 무거운 몸이여
오오, 봄이여
풀어지는 피곤(疲困)한 마음에 너는 결코 서둘지 말 너의 꿈이 달의 행로(行路)와 비슷한 회전(回轉)을 하더라도 개가 울고 종(鐘)이 들리 기적(汽笛) 소리가 과연 슬프다 하더라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서둘지 말라 나의 빛이여
오오, 인생(人生)이여



<
재앙(災殃)과 불행(不幸)과 격투(激鬪)와 청춘(靑春)과 천만 인의 생활(生活)과
그러한 모든 것이 보이는 밤
눈을 뜨지 않은 땅 속의 벌레 같이
아둔하고 가난한 마음은 서둘지 말라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절제(節制)여
나의 귀여운 아들이여
오오, 나의 영감(靈感)이여









지난 4월 8일 수요일에, "오. 후렐수흐(O. Khurelsukh) 몽골 총리가 (현재 4월 30일까지로 돼 있는) 몽골 현지 각급 학교 휴교 조치를 오는 9월 1일까지 연장 검토를 건의했다"(=Mongolian Prime Minister U. Khurelsukh has proposed extending the school quarantine period until 1 September.)와, "4월 9일에 몽골국가비상대책위원회가 이 건의에 대해 토의를 한다"(=The National Emergency Commission will discuss the PM’s propose tomorrow (9 April).)라는 몽골 현지 보도가 나오긴 했습니다만, 아직 후속 보도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몽골 총리의 건의가 수용되면 오는 8월말까지 각급 학교 교수들, 교사들이 담당 학생들과 공식적으로 얼굴을 맞대는 일은 없을 겁니다. 몽골 현지 각급 학교의 2019-2020학년도 제2학기 학사 일정 진행이 코로나19로 인해 비정상적으로 꼬여버렸습니다. 오는 5월의 학사, 석사, 박사 학위 취득 예정자들에게는 두고두고 참으로 한스러운 졸업 시즌으로 남을 듯합니다.




오늘이 "십자가에 달려 사망한 예수가, 사망 권세를 이기고 사흘만에 부활했음을 기념하는, 지구촌 기독교의 가장 중요한 축일이자 최대 명절인 2020년 부활절"이죠. 하지만, 지구촌 코로나19가 멸망했다는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습니다. 눈에 보여야 뭐 바이러스든 뭐든, 불로 싸지르든, 총으로 쏴 죽이든, 생포하든지 할 터인데 그저 답답하고 속상하고 안타깝습니다.




몽골에도 지난 3월부터 봄이 왔습니다. 하지만, 무늬만 봄입니다. 몽골 현지에는 강한 먼짓바람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나들이 하기가 다소 불편합니다. 초원에서의 봄바람은 사람이나 가축을 회오리바람에 말아 올려 죽일 만큼 그 위력이 대단하기 때문에 주의가 요망됩니다. 아울러, 이 시기에는 일기가 변화무쌍해서 하루에 춘하추동 4계절이 모두 교차되기도 합니다. 5월이 돼야 비로소 나뭇가지에서 새순이 돋아나고, 파릇파릇한 새싹을 볼 수가 있겠습니다.


몽골은 현재 코로나19 확진자 숫자가 16명이나, 완치자가 11명이고, 사망자는 없는 상태입니다. 재앙과 불행과 격투와 청춘과 천만 인의 생활과 / 그러한 모든 것이 보이는 밤 / 눈을 뜨지 않은 땅 속의 벌레 같이 / 아둔하고 가난한 마음은 서둘지 말라 /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 절제여 / 나의 귀여운 아들이여 / 오오, 나의 영감(靈感)이여! 한 인간으로서, 무기력하고 처량하고 참담한 2020년 4월 12일 일요일 몽골 현지의 봄밤이 새록새록 깊어갑니다.
[몽골 체류 글 모음] 코로나19로 날아간 한몽골 수교 30돌 기념식
지구촌이 코로나19로 난리입니다. 이번 주 목요일(3월 26일)이 한몽 수교 30돌이 되는 참으로 의미 깊은 날인데, 기념식 행사는커녕 친한 사람조차 만나는 게 꺼려지는 상황이니 참으로 환장할 일입니다. 3월 23일 월요일 현재, 몽골 현지 상황은 국내 자체 감염은 없는데, 외국에서 몽골로 입국한 프랑스인 1명과 몽골인 9명 등 모두 10명(=여성 7명 + 남자 3명)으로 인해 10명의 확진자가 몽골에서 발생한 상황입니다. 몽골 정부는 국제 항공기, 국제 열차 운항을 모두 중단해 문을 꽁꽁 걸어 잠갔고, 몽골 현지 각급 학교 휴교는 4월 30일까지 연장됐습니다. 몽골인들의 주식인 고깃값은 올라가고, 자동차 운행이 줄다 보니 기름값은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마치 아라비안 나이트에 나오는 '마법의 호리병' 속에 갇힌 느낌입니다. 하여, 보도 기사(뭐 행사가 있어야 공식 보도 기사를 쓸 게 아닙니까?) 대신에 몽골 체류 글 모음 란에 한몽 수교 30년 기록을 굳이 정리해 두는 바입니다. 고국으로 나갈 수도, 고국에서 들어올 수도 없는 이 상황! 참으로 환장할 일입니다.

몽고(蒙古)=>몽골

한몽골 수교(1990. 03. 26)

몽고(蒙古)=>몽골

페. 우르진룬데브 초대 주한 몽골 대사 신임장 제정(1991. 04. 23)




☞페렌레인 우르진룬데브(Perenlein Urjinlkhundev=Пэрэнлэйн Vржинлхvндэв, 1947 ~ )=>현재 몽골외교협회 회장이며, 지난 노태우 정권 때 주한 몽골 초대 대사(1991 ~ 1996)와 김대중 정부 때 주한 몽골 3대 대사(2002 ~ 2007)를 역임(아래 사진)해 두 번이나 주한 몽골 대사를 지낸 그야말로 전무후무한 기록의 친한파 몽골 인사이다. 지난 2015년 11월 24일 화요일부터는 서울을 사랑하는 몽골 인사들의 친목 및 사교 단체인, '몽골 울란바토르 서울 클럽(UB Seoul Club)' 회장직도 맡고 있다.


몽고(蒙古)=>몽골

페. 오치르바트 몽골 초대 대통령, 국가 원수 최초로 한국 공식 방문(1991. 10. 22)

몽고(蒙古)=>몽골
이상옥 제23대 외교부 장관, 외교부 장관 최초로 몽골 공식 방문(1992. 04. 17)

몽고(蒙古)=>몽골

김대중 제15대 대통령, 대한민국 국가 원수 최초로 몽골 공식 방문(1999. 05. 30)






☞대한민국의 몽골 관계 주요 연표
▲1990. 02. 04 권영순 초대 주몽골 대한민국 특명 전권 대사 신임장 제정
▲1990. 03. 26 한-몽골 국교 수립
▲1990. 06. 18 주몽골 대한민국 대사관 개설
▲1992. 04. 17 이상옥 제23대 대한민국 외무부 장관 몽골 공식 방문
▲1992. 07. 06 김교식 제2대 주몽골 대한민국 특명 전권 대사 신임장 제정
▲1994. 09. 15 김정순 제3대 주몽골 대한민국 특명 전권 대사 신임장 제정
▲1997. 05. 13 황길신 제4대 주몽골 대한민국 특명 전권 대사 신임장 제정
▲1998. 07. 09 박정수 제27대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 몽골 공식 방문
▲1999. 05. 30 김대중 제15대 대한민국 대통령 몽골 국빈 방문. 양국 관계, 실질 협력 관계 증진 상호 합의
▲1999. 09. 17 최영철 제5대 주몽골 대한민국 특명 전권 대사 신임장 제정
▲2002. 09. 10 김원태 제6대 주몽골 대한민국 특명 전권 대사 신임장 제정
▲2004. 09. 28 금병목 제7대 주몽골 대한민국 특명 전권 대사 신임장 제정
▲2005. 09. 05 이명박 제32대 대한민국 서울시장 몽골 공식 방문
▲2006. 03. 13 박진호 제8대 주몽골 대한민국 특명 전권 대사 신임장 제정
▲2006. 05. 07 노무현 제16대 대한민국 대통령 몽골 국빈 방문. 양국 관계, 상호 보완적 협력 관계에서 선린 우호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
▲2008. 09. 12 유명환 제35대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 몽골 공식 방문
▲2009. 03. 16 정일 제9대 주몽골 대한민국 특명 전권 대사 신임장 제정
▲2009. 07. 26 반기문 제8대 국제연합(UN) 사무총장 몽골 국빈급 방문
▲2011. 01. 10 대한민국 입국 사증 신청 몽골 대행 기관 제도 도입
▲2011. 08. 21 이명박 제17대 대한민국 대통령 몽골 국빈 방문. 양국 관계, 선린 우호 협력 동반자 관계에서 포괄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
▲2012. 03. 14 이태로 제10대 주몽골 대한민국 특명 전권 대사 신임장 제정
▲2013. 09. 29 강창희 제19대 상반기 대한민국 국회의장 몽골 공식 방문
▲2014. 08. 25 윤병세 제37대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 몽골 공식 방문
▲2015. 04. 16 오송 제11대 주몽골 대한민국 특명 전권 대사 신임장 제정
▲2015. 12. 13 황교안 제44대 대한민국 국무총리 몽골 공식 방문
▲2016. 06. 06 주 몽골 대한민국 대사관, 신청사 이전
▲2016. 07. 14 박근혜 제18대 대한민국 대통령, 제11차 아셈 회의 참석 차 몽골 공식 방문
▲2016. 09. 12 주 몽골 대한민국 대사관, 신청사 공식 개관식 개최
▲2017. 09. 06 문재인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할트마긴 바트톨가 몽골 대통령과 한몽 정상회담 개최
▲2018. 05. 17 정재남 제12대 주몽골 대한민국 특명 전권 대사 신임장 제정
▲2019. 03. 25 이낙연 제45대 대한민국 국무총리 몽골 공식 방문
▲2019. 11. 28 이여홍 제13대 주몽골 대한민국 특명 전권 대사 신임장 제정
☞몽골의 대한민국 관계 주요 연표
(몽골 낱말의 한글 표기는 대한민국 정부-언론외래어심의공동위원회의 표기 원칙에 충실히 따랐음)
▲1990. 03. 26=>한-몽골 국교 수립
▲1991. 02. 01=>주한 몽골 대사관 개설
▲1991. 04. 23=>페렌레이 우르진룬데브 초대 주한 몽골 특명 전권 대사 신임장 제정
▲1991. 10. 22=>폰살마긴 오치르바트 몽골 초대 대통령 대한민국 방문
▲1997. 02. 05=>로도이담바 갈바드라흐 제2대 주한 몽골 특명 전권 대사 신임장 제정
▲2001. 02. 12=>나차긴 바가반디 제2대 몽골 대통령 대한민국 국빈 방문
▲2002. 01. 16=>페렌레이 우르진룬데브 제3대 주한 몽골 특명 전권 대사 신임장 제정
▲2007. 05. 28=>남바린 엥흐바야르 제3대 몽골 대통령 대한민국 국빈 방문
▲2008. 05. 13=>도르지팔람 게렐 제4대 주한 몽골 특명 전권 대사 신임장 제정
▲2013. 04. 18=>바산자브 간볼드 제5대 주한 몽골 특명 전권 대사 신임장 제정
▲2016. 05. 18=>차히아긴 엘베그도르지 제4대 몽골 대통령 대한민국 국빈 방문
▲2017. 09. 06=>할트마긴 바트톨가 제5대 몽골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회동
[몽골 체류 글 모음] 몽골 엄동설한에 얼어죽은 코로나 바이러스!(2020. 02. 04)
지난 12월 중국 우한에 출현한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폐렴의 발병으로 인해 지구촌이 어수선한 가운데 예정대로 2월 1일 토요일 오후에 몽골 복귀를 완료했다. 몽골 각급 학교가 휴교에 들어간 상태여서 한 달 정도 더 서울 체류가 가능했으나 허무한 미련을 떨치고 몽골 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왜냐. 몽골 현지에 늦게 복귀하면 복귀할수록 그만큼 현지 적응력이 떨어지니까!


당일 아침, 인천국제공항으로 가기 전에, 번거롭게 서울집에서 아침밥을 먹는 걸 과감히 포기했다. 그 대신에, 우리나라 아무개 전임 대통령이 단골로 다녔다는 설렁탕 전문 식당에 가서 설렁탕 한 그릇을 시켜서 맛있게 먹었다. 겉절이 김치하고 깎두기 무를 일부러 아자작 아자작 소리가 날 정도로 씹어먹었고, 또한, 설렁탕에 깍두기 국물을 듬뿍 부어 최대한 맵게 설렁탕 국물을 훌훌 들이켰다. 서울 체류 마지막 식사이기도 했거니와, 그 누구든, 으레 먼길을 떠나려 나설 때에는 든든히 먹어 두는 게 당연한 일일 터였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서 출국 수속을 하려고 보니, 출국하는 사람들이 90퍼센트 이상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그것 참! 상황이 그러하므로 나도 준비해 간 마스크를 썼다. 너를 위해서? 천만에! 나를 위해서! 그런데, 평소보다 출국하려는 사람은 적은데 이상하게 발권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 왜 그런가 하고 주목했더니, 출국 승객 수에 맞춰서 티켓팅 수속을 해 주는 항공사 직원들이 평소보다 적게 배치돼서 그랬던 거였다. 하긴, 출국 손님도 적은데 직원 많이 내보낼 필요 없다는 거었겠지? 음!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고 보니 검색대 직원들이 설치해 놓은 듯한 일명, "신종 코로나 바이러수 감염증 손 소독제"가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그런데, 10병 정도 비치된 젤 성분의 소독제는 약속이나 한듯이 전부 한 두 방울 정도만 남아 있었다. 누구 약 올리시는가.


이래 놓고 방역했다고? 시늉만 내는 거 아니고? 인간의 눈은 말이지! 보고 느끼고 행동하라고 존재하는 거다! 그대들, 아는가? 모르는가?
인천 발 울란바토르 행 우리나라 항공기는 활주로를 이륙해 양털 같은 구름 위를 힘차게 날았다. 구름을 보는 내 심정은, 평소 느끼던 "I am om cloud nine(=I am extremely happy and excited)"은커녕, 왠지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땅에 처박히는 처절한 느낌이었다.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의 악영향은 기분 좋게 맞아야 할 제2학기 개강의 설렘을 앗아가 버렸다. 참으로 통탄할 노릇이었다.


원래, 강의라는 게 초반에 애제자들과 얼굴을 마주본 다음에 집중하도록 마구 마구 조여서 긴장감을 잔뜩 준 다음에, 어느 순간부터 서서히 풀어 주는 묘미(妙味)가 있는 것인데, 이렇게 한 달을 날려버리면 애제자들의 강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건 불문가지(不問可知)! 중국어로 "신싱 관주앙 빙두(xin xing guan zhuang bing du=新型冠狀病毒)", 일본어로는 "신가타 코로나 우이루스(新型 コロナ ウイルス)"라 불리는 중국 우한 발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가 내 철천지 원수(徹天之怨讐=하늘에 사무치도록 한이 맺히게 한 원수)가 되는 느낌이었다. 왜냐, 적어도 내게는, 나란 존재에게는, 강의가 청출어람(靑出於藍)을 지향해나가는 "구원(救援=salvation)" 그 자체였으리니!


항공기가 고도를 잡고 비행이 다소 안정되면서, 기내식이 나왔다. 이 시간쯤 되면, 스튜어디스가 "쇠고기 드시겠어요, 돼지 고기 드시겠어요?", 아니면, "쇠고기 드시겠어요, 닭고기 드시겠어요?"라고 물어야 하고, 그런 다음에, "음료는 뭘로 드시겠어요? 와인이요? 주스요?"라는 말이 나와야 하는데, 이 아가씨가 질문은커녕 그냥 음식을 놓고 지나쳤다. 내가 받아 든 기내식 메인 메뉴는 연어 햄버거였고, 게다가, 포크와 나이프는 스테인리스 스틸이 아닌 플라스틱이었다!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의 악영향은 기내식에도 미치고 있었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바이러스 하나에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를 새삼스레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 있는 중에, 몇 시간의 고공 비행 끝에 우리나라 비행기는 몽골 울란바토르 칭기즈칸 국제공항에 안착했다. 몽골 입국 수속을 완료하고, 울란바토르 칭기즈칸 공항을 나서니 나를 반기는 건 차디찬 북풍한설에 벌판에 쌓인 흰눈! 몽골 복귀 전날 내가 확인했던 서울 밤 기온은 영하 2도였으나, 내가 복귀한 당일 몽골 오후 기온은 영하 22도를 기록하고 있었다. 몽골 밤 기온이 영하 20도에서 30도를 오가니 여기는 아직도 한겨울이었다. 아아, 그립고 그리운 신춘지절(新春之節)이여! 나는 온몸이 시렸다.






얼큰한 동태 찌개가 그리웠다. 나는 공항에서 집 근처 한국 식당으로 직행했다. 얼큰한 동태찌개를 앞에 놓고 나는 동태국물로 목을 지지기 시작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리고 계속 목을 지지고 또 지졌다.


어두육미(魚頭肉尾)라고 했던가? 나는 동태 대가리를 기어이 뼈까지 아작아작 씹어넘기고나서야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내 몽골 복귀 첫날 일정은 그렇게 마무리가 됐다.


앞에 썼듯이, 몽골 정부는,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폐렴의 본격적인 창궐(猖獗)을 우려해, 각료 회의를 통해 오는 3월 1일 일요일까지 몽골 전국 유치원, 각급 학교에 대한 휴교 조치를 내렸다. 이 소식을 내가 서울에서 접한 건 지난 1월 26일 일요일 오후였다. 다음날인 1월 27일 월요일엔 몽골 교육문화과학체육부(장관 요. 바타르빌레그=Yo. Baatarbileg)의 "몽골 초-중-고등학교, 대학은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라"는 공식 발표가 나왔다.
하지만, 정작 몽골 현지에서는, 몽골어로 "신 투를린 코로나비루스(Шинэ төрлийн коронавирус)"라고 불리는 이 바이러스로 인한 폐렴 피해자는 아직까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 "신 투를린 코로나비루스(Шинэ т?рлийн коронавирус)"가 몽골의 엄동설한에 다 얼어죽은 모양이다."추워서 좋은 날!"이란 말이 이런 상황에 활용하라고 나온 말일 게다. 몽골이여! 부디, 이 "신 투를린 코로나비루스(Шинэ т?рлийн коронавирус)" 씨를 말려서 멸망(滅亡)시켜다오! 나는 빙그레 옅웃음을 지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까닭없이 감도는 옅웃음이었다.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히터를 켜고 인터넷에 접속해 지구촌 지인들에게 몽골 복귀 소식을 알렸다. 몽골 숙소 창가 쪽에서 웃바람(=겨울에, 방 안의 천장이나 벽 사이로 스며들어 오는 찬 기운)이 느껴질 정도로 추운 몽골의 2020년 2월 1일 토요일의 겨울밤이 그렇게 깊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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