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 체류 글모음

2014년 새해 맞이 기념 헌혈에 나서다.

alexalex 2014. 1. 9. 08:10


2014년 새해 맞이 기념 헌혈을 하러 지난 1월 6일 윌요일 몽골적십자사로 달려갔다.
몽골 체류 기간 중 통산 6번째 헌혈이다. 사실 더 할 수도 있었으되 시간에 쫓기다 보면 그게 쉽지 않다.

헌혈 카드 확인을 위해 1호실로 들어갔더니 몇 년 전 몽골인문대학교(UHM) 한국학과를 졸업한 애(愛)제자 오양가(Uyanga) 양(왼쪽)이 앉아 있었다. 반갑기는 했으나, 다소 의외라서 너 여기 웬일이냐? 했더니, 헌혈하러 왔단다. "오호! 그래? 그런데, 너는 어쩌면 하나도 안 변하고 모습이 그대로니? 젊음이 좋긴 좋은 거야. 그렇지?"


하지만, 오양가(Uyanga)는 헌혈을 하지 못하고 되돌아 나갔다. 감기약 복용이 문제가 됐다.
오양가는 나가면서 오는 2월말에 서울 중앙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에 유학이 결정돼서 서울로 떠난다는말을 내게 전하는 것이었다.

얘기를 들어 보니,
중앙대학교 한의석 교수와 윤정석 명예 교수가 적극적으로 나서 힘써 준 듯했다.
아아, 고마운 분들..........
앞으로 잘만 하면 여성 정치가 제자를 졸지에 두게 생겼다.
세상지사 참으로 오묘하게 전개된다.

그러나저러나, 헌혈 카드가 문제였다.
이 몽골 적십자 여직원(오른쪽)이, 내 얼굴을 기억하긴 하는데, 내 헌혈 카드를 못 찾아내는 것이었다.

헌혈 카드 관리를 이런 식으로 하면 어느 누가 지속적인 헌혈을 이어가겠는가?
참으로 기가 막힌 현실이다.


서랍을 다 뒤지는 생난리를 친 끝에 결국 내 헌혈 카드를 찾아내긴 했다.
그러고 나서 비로소 몽골적십자사 컴퓨터 파일이 열렸다. 


헌혈 카드를 근거로 컴퓨터 파일로 접근하는 데만 무려 10분 정도 걸린 셈이다.
아이고, 이 아줌마야! 아줌마야! 마빡을 그냥!.................


다행히, 컴퓨터 상에는 헌혈 횟수가 제대로 입력되어 있었다.


그 다음 2호실으로 가서 혈압 측정! 124에 83, 정상!

그 다음에 혈액형 확인 혈액 채취는 이미 혈액형이 확인된 고로 생략!
몽골에서는 혈액형을 A형, B형, O형, AB형으로  구분하는 게 아니라, 1번, 2번, 3번, 4번 혈액형으로 구분하니 참고하는 게 좋겠다.



곧바로 헌혈실로 들어가 헌혈이라는 거룩한 작업을 수행했다.



아침에 대사관 문화  담당 서기관이 점심을 사겠다는 전갈을 받은 터였다.
대사관에서 전화가 오면 대개 공적인 업무 측면이라서 나는 늘 긴장한다.

그런데, 교육 담당 서기관이 아니고, 문화 담당 서기관이? 이게 무슨 일이냐?
좌우지간, 헌혈을 마치고 몽골적십자사에서 약속 장소인 서울 갈비 레스토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대영 주몽골 대한민국대사관 문화 담당 서기관이 양혜숙 주몽골 대한민국 대사관 선임 연구원과 같이 한국 식당에 등장했다.


 


뭘 드시겠냐? 묻기에 불고기 백반을 시켰다.
헌혈 후 체력 보강은 쇠고기가 최고다.

점심을 먹으면서 기습적으로 기념 사진을 찍었다.
이것도 추억 아닌가!


물론, 헌혈의 '헌' 자도 꺼내지 않았다. 
대화를 피 관련 얘기로 이어가면 좀 그렇지 않은가.

 


점심을 다 들고 나서 이번에는 종업원을 불러 차분하게 다시 기념 사진을 찍었다.
남는 것은 사진밖에 없다. 이것도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아름다운 추억이 되리.

셋이 나눈 얘기를 여기에 미주알고주알 다 쓸 순 없다.
나중에 쓸 기회가 있을 것이다.
확실한 것은, 셋이 같이 한 점심 식사가 참으로 유쾌했다는 거다.

저녁에는 다문화 가정 초대를 받았다.
(몽골 부인을 둔) 요리사 서재원 씨의 아들 생일이라는 것이었다.
졸지에, 점심, 저녁을 바깥에서 때우게 됐다.
이런 경우를 행운이라고 해야 하나?

몽골 국영 백화점 뒤쪽에 자리잡은 서재원 씨의 아파트로 출동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갔는데,
초대된 사람들 중에 평소에 보지 못했던 다문화 가정 한국인 남편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다문화 가정이 상상외로 많은 것에 놀랐다.
생일 케이크가 준비됐고, 촛불을 끈 뒤 본격적으로 잔치 분위기가 시작됐다.




 

생일 잔치에는 샴페인이 빠질 수 없겠다.
샴페인 개봉은 서재원 씨 선배인 이재욱 씨가 맡았다.
오른쪽에 서 있는 남녀가 서재원 씨 내외이다.


 


서재원 씨의 몽골 부인이 알뜰살뜰 다듬고 꾸민 아파트가 참으로 아늑했다.
벽지도 직접 중국에 가서 골라온 벽지란다. 아무쪼록, 다복한 가정이 되기를 빌어 본다.

이렇게 새해 맞이 기념 첫 번째 헌혈일인 1월 6일 월요일은 막을 내렸다.

 


덧붙임 : 1. 헌혈은 왜 하는가?
피가 넘쳐나서? 아니다. 나는 드라큘라 백작이 아니니까.

봉사 정신에 불타서? 아니다. 사회 구성원들이 봉사라는 개념을 'for someone'의 개념으로 보는 한 나는 동의할 수 없다.


헌혈의 변(辯)은 간단하다.
어차피 썩어 문드러질 몸인데, (나이 들면 하고 싶어도 못하니) 건강이 허락하는 한 몽골 현지에서의 헌혈 참여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뿐이다.


현대 과학이 아무리 최첨단을 걷는다 해도 피는 못 만들어 내는 현재의 상황이고 보면,

헌혈은 선(善)한 의도의 실천이라는 점에서 지구촌 일원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일 것이다.

아울러, 교육자의 임무가 애(愛)제자를 선(善)한 의도로 잘 이끌어 지구촌 사회의 동량(棟梁)으로 키워내는 것에 있다고 보면, 선(善)한 의도로 수행하는 헌혈은 교육 활동과 궤를 같이 한다고 나는 확신한다.

2. 러시아 입국일이 점점 다가선다.
몽-러 국경을 넘어 러시아 영토에 들어갈 내 의지는 확고한데,
현재 시각 오전 6시 30분(한국 시각 오전 7시 30분) 새벽 기온을 보니 영하 섭씨 35도이다.


그 누구라도 이 추위에 움직일 엄두가 나겠는가? 아흐!!!!

러시아 입국 일단 잠정 보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