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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체류 글] 코로나 19 백신 1차 접종 완료!

alexalex 2021. 3. 19. 21:05

2021년 3월 19일 금요일, 정오 쯤에 몽골 국립 제2 중앙 병원을 방문했다. 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하기 위해서였다. 오후 12시 45분 경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아스트라제네카(AZ)와 옥스퍼드대가 공동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마쳤다.



백신 접종 전에 문진을 담당할 몽골 여성 의사 선생과 조우했다. 문진 업무에 그야말로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아주 분주한 모습이었다. 내 몸 상태 확인을 위해 내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던 이 몽골 여성 의사의 태도는 진지했으며, 친절했으며, 그리고 정감이 넘쳐흘렀다.


여성 의사와의 면담 직후에 곧 바로 내 접종이 이뤄졌다. 중후한 여성 간호사가 "지금 백신 접종 하실 터인데, 아스트라제네카로 접종하실래요? 중국 제품으로 접종하실래요?" 하고 물었다. "저는 아스트라제네카로 하겠습니다" 하고 답변했더니 이 여성 간호사는 병에 담겨 있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직접 내게 보여 주더니 바로 그 백신을 옮겨 담은 주삿바늘을 내 왼쪽 어깨 근처의 팔 바깥 근육에 꽂았다.


아팠냐고? 오 노! 그야말로 소프트 랜딩이었다. 통증은커녕 뭐가 내 팔을 그저 살짝 스쳐지나갔다는 느낌만이 들 정도로 통증은 거의 미미한 수준이었다.

이렇게 빠르게 접종이 이뤄진 것은 단연코 몽골 외교부 덕택이다. 하루 전인 3월 18일 오후 내 휴대 전화 액정 화면에 낯선 전화 번호가 떴다. 개인이 쓰는 휴대 전화 번호(=8 자리)가 아니라 몽골의 어느 기관이나 어느 회사가 활용하고 있을 법한 여섯 자리 전화 번호였다. “누굴까?” 나중에 알고 봤더니 몽골 외교부 전화 번호였다.

요컨대, 몽골 외교부 공공외교과 요원이 내게 전화를 걸어와 몽골 국립 제2 중앙 병원에 (나를 위해) 미리 접종 신청을 해 놓을 터이니 (내일 정오 쯤에) 병원으로 직접 가서 담당 의사 면담 후에 백신 접종을 완료하라고 내게 친절히 통보해 준 것이다.


"아이고, 친절도 하셔라!" 나는 가슴이 뭉클했다. 한몽 우호 증진을 위해 건강한 몸으로 취재 활동 열심히 하라는 나에 대한 몽골 외교부의 진심이 담긴 배려였으리! 열심히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 참고로, 내가 재직 중인 몽골인문대학교 교수단의 백신 접종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4월로 접어들어야 비로소 가능해질 듯하다.

한편, 코로나 19 백신 접종 하루 전인 3월 18일은 몽골 남성(=군인)의 날이었다. 나로서는 뜨거웠던 고국에서의 청춘 시대를 되새기며 향후 분발을 다짐하는 하루이기도 했다. 가슴이 뜨거워지면서, 한참 전 경험했던 조국에서의 군대 복무 시절이 불현듯 그리워졌다.

남자라면 그 누구에게나 피 끓는 청춘 시대가 있었으리니!

빛이 바랜 예전 군복무 시절 사진을 꺼내 들었다. 어느덧, 군 복무 기간을 마친 뒤, 예비군 훈련 연한을 속절없이 다 지나쳐버렸다. 내 청춘 시대는 내게 그렇게 덧없이 종말을 고했다.

그대, 정녕 예비군을 졸(卒)로 보느냐?

첨단 무기를 컴퓨터로 원격 조정하는, 이 "첨단 전자 전쟁"의 시대에, 이제는 전쟁이 나도, 대한민국 국방부나 병무청이 나를 불러 주지는 않을 듯하다. 이 세상을 살다간 애국심에 투철했던 수많은 한민족 조상들을 떠올리며 몽골 생활의 지속적인 분발을 다짐했다. 그렇게 몽골 군인의 날 하루가 지나갔다. 우리는 지금 코로나 19와 전쟁 중이다.